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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구시렁

2023년의 공허

by 원쓰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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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특이하게도
일 년에 한 번씩 내 안에 질풍의 시기가 찾아온다.
 
이 질풍은 내 마음을 송두리째 뒤집어 놔서 
마음 깊숙히 무시하고 싶었던 사실과 감정까지도 위로 떠오르게 만든다. 
 
이 질풍을 잠잠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난다던가,
여행을 다닌다던가,
돈을 쓴다던가,

 
여러가지를 해보지만 슬프게도 이것들은 질풍을 잠잠하게 만들 수가 없다.
오히려 이런 유흥과 사치는 밀도가 낮아서 내 안에 부는 바람에 더욱 가볍게 날리고
내 마음을 더 어지럽게 만들고 생채기 낸다.
 
29년을 살면서도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의 질풍의 시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작년에 쓴 블로그 글을 보니 얼추 이맘때였다.
그때도 질풍의 시기였는지 '흔들리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생각으로
그냥 질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가만히 기다리면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공허하고 자리에 알맹이들만 남는다.
유흥과 사치같이 밀도 낮은 것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내가 집중해야 할 무거웠던 사실과 감정만 내 마음에 남는다.
 
가령,
내가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와 유학이 얼마나 간절했었는지에 대한 마음.
현재 나의 행동이 과거의 간절했던 나에게 얼마나 무례한지에 대한 반성의 마음.
어쩌면 내가 수 년동안 꿈꿔왔던 것들을 지금의 가벼운 행복으로 놓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의 마음.
그리고 이러한 모든 마음을 무시하고 지냈던 죄책감의 마음까지.
 
질풍이 지나간 자리엔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들만 남는다.
365일 내내 이런 무거운 마음을 직면한 채로 사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나는 잠깐 외면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자리 위에 자꾸 가벼운 일(유흥이나 사치)들을 덮는다.
 
그럼 나는 꽤 평범하고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질풍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내가 무거운 마음을 마주하고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소중하고 커다란 꿈을
다시 직면하게 된다.
 
질풍의 시기는 견디기 힘들고 그 지나간 자리가 공허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장점은
내가 매년 나의 꿈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아! 이게 내 꿈이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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